섬으로 가는 진료선
《섬으로 가는 진료선》은 '바다'와 '작은 배'라는 일상의 풍경을 통해 공공의료의 본질, 도달성과 돌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시입니다. 물길을 가르고 들어오는 진료선은 '국가의 손'이 가장 먼 곳까지 닿는 장면이며, 청진기가 파도를 먼저 듣고 의사가 바람의 맥을 짚는 이미지는 현장성과 전문성을 시각?청각적 메타포로 압축합니다. '닳은 처방지'와 '안도의 매듭', '약의 온기'는 기술이 아닌 온정과 책임의 촉감을 환기하며, “멀던 병원이 오늘은 우리 부두에 닿아”라는 구절은 공공의료의 방향(중심에서 주변으로, 제도에서 생활로)을 분명히 제시합니다. 마지막의 “등대보다 먼저 작은 배 불빛이 잠을 지킨다”는 문장은 골든타임을 지키는 무명의 헌신을 고요한 잔광으로 남깁니다. 창작 의도는 '공공의 마음이 먼저 손을 내민다'는 선언을 감정 과잉 없이 담담한 이미지의 연쇄로 구현하는 데 있습니다. 1?2연에서 접근과 응답(도달성), 3?4연에서 매듭과 온기(치유와 신뢰), 후반부에서 부두와 불빛(정착과 안심)으로 흐르는 구조는 도착→진단→처치→회복의 의료 동선을 은유적으로 따릅니다. 시어는 짧고 명료한 동사와 촉각적 명사로 구성해 낭독 호흡을 안정시키고, 파도/바람/불빛의 삼중 이미지로 공간·시간·감정의 깊이를 확보했습니다. 이 작품은 의료취약지 현장의 구체성과 공공의료의 보편 가치를 동시에 담아, 심사 주제인 “우리 곁의 공공의료”를 가장 생활 가까운 장면으로 환기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